정치

[총선을 앞두고] 개편된 선거제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일상공방 2020. 4. 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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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제21대 총선이 머지 않았다.

참고로 총선 날짜는 4월 15일이고 4월 10일~11일에 사전선거가 가능하다.

그런데 이번 총선은 기존 총선과는 좀 다르다.

바로 2019년 12월에 선거법 개정을 통해 준연동형 비례대표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최근에 선거론이나 의회정치 관련 수업을 들었다면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올 것이다.

원활한 설명을 위해 연합뉴스의 사진을 사용하려 한다.

우리나라는 제 20대 총선까지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사용하고 있었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말 그대로 비례대표랑 지역구 선거를 개별적으로 치르는 선거다.

한마디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 시스템이다.

반대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의석수와 비례대표 의석수가 연동하는, 즉 서로에게 영향을 주게 되는 시스템이다.

우리나라는 완전한 연동형은 아니고 기존의 체제와 어느정도 절충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였다.

비례대표 의석수가 100이라면 절반은 기존의 병립형으로, 나머지 절반은 연동형으로 뽑겠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원리는 다음과 같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전체 의석수인 300석과 당의 득표비율을 곱한 값이 그 당이 얻을 수 있는 최대 의석수가 된다.

이 최대의석수에서 획득한 지역구 의석 수를 빼면 그 당이 얻을 수 있는 최대 비례대표 의석수가 나온다

그 의석수의 50%에 해당하는 값을 구하고, 그 값에 해당하는 비례대표 순번까지 준연동형 비례의석을 배분한다.

그 후 남는 50%의 값은,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당선될 후보들에게 배분할 수 있는 최대 의석수가 된다.

 

자 그러면 2019년 12월 협상안을 보자

1. 전체의석수는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을 유지한다

2. 석패율제 미도입

3. 21대 총선의 경우 비례대표 의석수 300석에 대한 연동률 50% 캡(상한선) 설정) (이 점 때문에 완전 연동형이 아니라 준연동형이라 불리는 것이다)

4. 봉쇄조항 3% 설정

 

아마 석패율제와 봉쇄조항의 개념이 낯설게 다가올 것이다

 

석패율제

간단히 설명해서 비례대표 명부에 지역구 후보도 넣는 것이다.

비례대표 순번(예를 들어 1번이라 치자)에 여러명의 지역구 의원을 넣을 수 있다.

지역구 후보 세명을 1번에 넣었다고 가정하겠다.

이 세명은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동시에 출마하게 된다.

세명이 전부 지역구에서 낙선했다고 치자.

그렇다면 석패율을 계산해서 세 후보중 석패율이 가장 높은 후보가 비례대표 1번으로서 당선이 되는 것이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홀수에 비례대표 후보를 넣고 짝수에 지역구 후보를 넣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거 없다.

우리나라 선거에 홀수 짝수 규칙은 여성이 무조건 비례대표 홀수를 가져간다는 규칙만 있다

석패율은 (낙선한 비례후보의 지역구 득표율/그 지역구 1위 당선 후보의 득표율)로 계산한다

아이유랑 수지가 선거에 나가서 수지가 42%, 아이유가 38%를 득표하게 되었다면 아이유의 석패율은 (38/42*100=90.4% 정도가 된다.

 

봉쇄조항

비례대표 배분을 받으려면 정당이 3% 이상의 득표를 받거나 지역구에서 5석 이상을 가져가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지 못한다.

 

 

그러면 이걸 왜 하냐?

우선 위의 표를 봐주길 바란다.

다른 건 별로 볼 필요 없고 정당득표율과 총 의석률만 보면 된다.

 

자 병립형 비례대표제였던 20대 총선의 경우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각각 33.5%와 25.54%의 정당득표율을 얻었다,

근데 총 의석률을 보면 각각 40.67%와 41.00%의 의석을 가져갔다.

즉 이들은 실제 득표보다 더 많은 의석을 가져간 것이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각각 26.74%와 7.23%의 정당득표율을 얻었음에도 총 의석률은 12.67%와 2.00%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득표율에 비해 많은 손해를 봤음을 알 수 있다

즉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1당에게 가장 유리하고, 2당에게 높은 확률로 유리하며, 3당부터는 무조건 손해를 보는 구조이다.

왜냐고? 이 제도를 누가 만들었겠음 ㅋ 제1당이랑 제2당이 만든 규칙이니까 자기들한테 유리하게 만든 거다

 

그런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니 위와 같은 괴리가 많이 호전되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제1당과 제2당은 여전히 득표율 이상의 의석을 가져가지만 정의당을 보라! 무려 3.67%의 의석을 더 가져간다

이것 때문에 정의당이 선거법 개정을 주장해왔던 것이다.

 

근데 여기서 생각해보자

정의당과 바른미래당이 이 개정에 동의하는 건 당연해보인다.

결국 자기들에게는 이득이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니까 말이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은 왜 동의했을까?

더불어민주당이 1당이나 2당의 자리를 빼앗길 일은 절대 없다고 장담할 수 있다.

그리고 병립형 비례대표제에서 2당은 과장을 조금 보태서 99.9%의 확률로 이득을 본다.

왜 동의했을까?

여기서 공수처법이 엮이는 것이다

한마디로 더불어민주당은 의석을 내주고 공수처법 지지를 얻어내는 트레이드를 한 것이다.

 

자 그러면 이를 통해 우리 정치가 한발 더 진보했을까?

총선 이후까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왜냐고?

선거법 개정 이후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은 비례정당용 위성정당을 창당했다.

준연동형비례대표제는 지역구에서 의석을 많이 얻을수록 비례대표의석을 많이 얻기 어려운 구조다.

아마 원래대로라면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자들은 본인들 당의 지역구 후보들이 다 떨어지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자기한테 기회가 오니까.

그런데 비례정당용 위성정당을 창당해버리니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지역구 후보들은 지역구에서 의석을 가져가고, 비례대표 후보들은 위성정당의 비례대표로 출마할 수 있다.

위성정당에서 지역구 의원을 한명도 안 가져감으로써 획득할 수 있는 비례대표 의석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소수 정당의 입지를 강화시켜주겠다는 이번 선거법 취지는 이루어질 수 없게 된다.

 

원래 이 선거법 개정의 최대 수혜자는 정의당일 것이라고 예상되었고, 나도 수업에서 그렇게 배웠다.

그런데 두 당이 위성정당을 창당하면서 정의당은 아마 기존보다 더 피해를 입을 지도 모른다.

어떻게 될지는 까봐야 알겠지만...

 

정치인들은 정말 똑똑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우수한 사람들의 집합이라는 걸 잊지 마라

어떤 제도가 생기던, 그 제도를 우회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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